kt가 17일 내야수 박용근(33)을 한국야구위원회(KBO)에 웨이버 공시 신청했다. 박용근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. 올 시즌 단 한번도 1군에 오르지 못한 박용근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. 박용근에게 야구는 특별했다. 한 번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고, 또 한 번은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섰다.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야구였다.
속초상고와 영남대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에 입단한 박용근은 근성 있는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.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2년 10월 제대한 그는 그라운드 복귀의 부푼 꿈을 앞두고 괴한의 피습을 받는 사고를 당했다. 담당 의사는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. 하지만 박용근은 간의 40%를 절제하고 기적적으로 병상에서 일어서 2014년 그라운드에 돌아왔다. kt로 트레이드 된 2015년에는 5월24일 수원 한화전에서 오른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고 앰뷸런스에 실려나갔다. 직전 일주일 타율이 4할2푼9리(21타수 9안타)로 뜨거웠기에 더 안타까웠다.
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왼 발목 부상으로 조기 귀국해 복귀가 미뤄졌다. 수술과 재활을 반복해 방망이를 다시 잡은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다가 지난해 4월29일 잠실 LG전에서 341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았지만 복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도 이튿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. 이어 7월24일 수원 삼성전에서 두 번째 호출됐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등록도 하지 못하고 다시 짐을 쌌다. 그러나 박용근의 사전에 포기는 없었다. 또 마음을 다잡고 재활을 거쳐 퓨처스리그부터 다시 시작해 시즌 막바지 1군에 잠깐 모습을 비췄다.
감독이 바뀐 올 시즌에도 박용근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했다. 3할대 후반의 타격감을 보였지만 김진욱 감독은 외면했다. kt는 최근 김상현을 임의탈퇴 해제 후 웨이버 공시 신청하면서 팀의 ‘인성 육성 근성’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. 이는 앞서 1991년생인 투수 정대현을 넥센에 주고 서른 세 살의 윤석민을 데려온 것과 배치된다. 박용근에게는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. 박용근보다 세 살 많은 유격수 박기혁은 전반기에 65경기, 동갑인 3루수 김연훈도 15경기에 출전했다. 이들이 1할대 타율에 머무를 때도 박용근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.
박용근은 2년 전 kt가 원해서 데려간 선수다. 육성도, 투자도 아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차치하고 선수 기용의 권한을 갖고 있는 감독이 그냥 쓰기 싫은 선수라 해도 구단에서 한 번쯤은 상황 설명을 해 주고 나서서라도 웨이버 공시를 제안해 앞길을 열어주는 것이 도리다. 희망 없는 2군 생활과 구단의 무책임한 태도에 생사를 넘나들고도 막지 못했던 박용근의 야구 열정은 무참히 꺾였다. 성환희기자 hhsung@hankookilbo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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